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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희의 관람생활

영화 '12인의 노한 사람들' 고전 명작의 힘, 국내외 평가, 감상평

by 언어의 기쁨 2023. 2. 23.

영화 '12인의 노한 사람들' 포스터

2008년 1월부터 한국에서는 '국민 참여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배심원제가 시행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낯선 제도이며 미국과 달리 유무죄를 가를 수 있지만 법적 효력은 없고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참고할 뿐이다. 여기 배심 제도에 관한 영화가 있다. 바로 '12인의 노한 사람들' 이다.

 

고전 명작의 힘

영화 '12인의 노한 사람들'은 1957년 개봉 작으로 사회 풍자의 대가로 불리는 시드니 루멧이 연출한 첫번째 영화이다. 처음에는 TV 드라마용으로 집필된 것으로 레지날도 로즈가 각본을 맡았다. 실제로 CBS를 통해 방영이 되었으며 드라마의 성공으로 영화 제작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보리스 카우프만이 촬영을 맡았고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헨리 폰다가 주인공 8번 배심원 역을 맡았다. 제작에까지 참여한 이 영화는 '황금연못' 과 더불어 헨리 폰다의 대표작이 된다.  영화는 조용한 정적이 감도는 법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아직 앳된 얼굴의 소년은 자신의 아버지를 예리한 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18살의 스페인계 소년, 법정 안은 소년의 유죄판결을 예상하는 듯한 분위기로 가득 찼고 12명의 배심원들은 소년의 유무죄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회의에 소집된다. 배심원들은 투표를 시작하고 1명을 제외한 11명 모두 유죄로 판결한다. 남자의 결정을 납득하지 못한 11명의 배심원들은 그를 회유하려고 하지만 남자는 완강하게 소년의 무죄를 주장한다. 남자와 11명의 배심원 간의 설전이 이어지고 결국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한다. 남자는 다양한 논리로 소년의 무죄를 주장하고 그의 주장에 배심원들의 마음이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무죄를 주장하기 시작한 다른 배심원들도 하나둘씩 소년의 무죄를 입증할 만한 정황들을 드러내고 분위기는 점차 소년의 무죄 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런 도중에 개인의 경험과 편견 등이 판결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드러나게 되기도 한다. 영화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배심원들 간의 대화만으로도 긴박한 긴장감을 만들며 그 안에서 주고자 하는 메세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국내외 평가

'12인의 노한 사람들'은 제 7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였으며 제 3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각 평점 사이트에서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메타크리틱 스코어에서는 100점 만점에 96점, 유저 평점 9.0을 기록하고 있으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 관객점수는 97%에 달한다. IMDb 유저평점 역시 10점 만점에 9.0을 기록하고 있다. IMDb Top 250 5위에 랭크 될 정도로 호평이다. 국내에서는 왓챠에서 5점 만점에 평균 4.2점을 기록하고 있고 네이버 영화에서는 평점 10을 기록하고 있다. '12인의 노한 사람들'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역대 법정 드라마 2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영화 역사상 위대한 명작임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1997년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는데 해당 영화 역시 꽤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기본적인 극본이 연출이 뛰어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뛰어나다. 주인공을 맡은 헨리 폰다 뿐 아니라 각 배심원들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그 시절 미국 시민의 인간 군상을 잘 그려내고 있다. 

 

 

감상평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명확하다. 그러나 그것을 그려내는 방식은 더욱 명확하다. 영화는 화려한 기술이나 복잡한 시퀀스로 진행되지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는 법정과 회의실 단 두 곳 뿐이다. 그 마저도 회의실에서 95%이상 진행된다. 그 흔한 회상이나 현란한 카메라 워크도 없다. 오로지 소년의 유죄와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화만이 오고 간다. 에어컨이 고장 난 회의실 안의 답답한 공기는 배우들의 얼굴에서 흐르는 땀과 표정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안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보는 것 역시 흥미롭다. 사건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만장일치로 유죄판결을 내린 후 야구를 보러 가고 싶은 사람, 자신의 아들과 소년을 대입해 판결을 내리려는 사람, 소년과 마찬가지로 할렘가에서 어렵게 자란 사람, 증인이었던 노인과 비슷한 연령의 사람 등등 동일한 사건을 어떤 사람들이 바라보느냐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그렇기에 한 사건의 용의자에게 판결을 내릴 때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남자는 무죄라고 주장하지만 소년의 무죄를 확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죄로 판결하더라도 그렇게 판단할 만큼 충분한 논의와 숙고, 증거를 확인했냐고 묻는다. 이는 현대 법사회의 무죄추정 원칙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유죄로 판단될 만큼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것, 10명의 범죄자를 풀어주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 그가 왜 중요한지 영화는 역설한다. 내 눈을 가리는 편견은 얼마나 지독한지, 그걸 걷어내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지 영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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