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주류가 된 우리와 달리 일본은 아직도 출판 만화의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다. 물론 현재 픽코마 등 일본에서도 웹툰의 인기가 심상치 않지만 아직도 종이책을 넘기는 것을 기꺼워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사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출판 만화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가 있다. 바로 '중쇄를 찍자!'이다.
현실과 판타지를 맛있게 버무린 드라마
'중쇄를 찍자!'는 마츠다 나오코의 동명만화를 드라마화 한 것으로 2016년 4월 일본 TBS 화요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만화가가 그린 만화 편집자들의 이야기란 점에서 고증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또 그만큼 판타지적 요소도 많다. 출판사 홍도관의 바이브스 편집부에 대한 이야기로 만화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만화 잡지의 편집자가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과 편집 만화세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만화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대하는 편집자들과 편집부들의 시선, 신인 작가 발굴 등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궁금한 만화의 뒷 세계를 가볍고 희망찬 터치로 그려낸다. 드라마 세계의 모두가 선하고 결국에는 뉘우친다는 설정은 다소 판타지적이다. 그러나 그런 점이 바로 이 드라마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나쁜 사람이 없기 때문에 느껴지는 따뜻함이 보는 이에게 힐링을 준다. 나쁜 사람은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등이 캐릭터를 나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그런 나쁜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도 볼거리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쇄를 찍자!'의 가장 볼만한 점은 만화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고 어떤 식으로 판매가 되며, 또 어떻게 세상에서 잊혀지는가를 생각보다 담담한 시선으로 그린다는 것이다.
만화를 만들어내는 만화적 캐릭터
만화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이기에 드라마 안의 캐릭터들은 다소 만화적이다. 유도를 그만 둔 주인공 쿠로사와 코코로는 유도 외에 좋아하던 만화를 만들기 위해 바이브스 편집부로 입사한다. 입사 면접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매우 만화적인데 예를 들면 노령의 청소부를 유도로 제압한다 거나 하는 모습이다. 그 외에도 사장이면서 건물을 청소한다 거나 등장하는 만화가들의 면면도 개성 있다기보다 만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드라마를 만화적으로 만들면서도 '중쇄를 찍자!'만의 개성으로 드러난다. 만화적이지만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는 캐릭터들이 한 편의 만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40년 동안 만화를 그리며 선생님이란 호칭을 가졌지만 등이 굽어진 후 그림체가 달라졌지만 알아차리지 못하는 노작가, 형편없는 그림과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신인작가, 20년 동안 어시스트를 이어왔지만 프로 만화가로 이어지기까지의 재능이 부족한 사람, 만화보다 뛰어난 미모로 더 알려진 작가 등 그려지는 만화가들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결국 그들은 만화를 사랑하고 최고의 만화를 그려내고 싶어한다. 편집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각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다르지만 자신이 담당한 만화를 최고의 만화로 만들어내고 싶어한다. 그들의 노력을 함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나 또한 그 세계의 어느 한 부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만화적이지만 또한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모순된 감상을 가지게 되는 드라마이다.
리메이크 드라마 '오늘의 웹툰'
드라마 '중쇄를 찍자!'는 2022년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었다. 중쇄를 찍자라는 제목은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하기도 하고 배경이 출판만화가 아닌 웹툰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오늘의 웹툰'이란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7월 29일부터 SBS 금토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총 16부작으로 '경이로운 소문', '사내맞선' 등 원작이 있는 드라마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김세정이 다시 한 번 원작이 있는 드라마에 도전했다. 최다니엘은 2018년 '오늘의 탐정' 이후 첫 주연 드라마다. 두 사람이 주연을 맡았고 호평을 받았던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로 기대작이었으나 막상 방영 후에는 원작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6부작으로 늘어나면서 주인공의 가족 이야기가 첨가 되거나 출판 만화가 웹툰으로 옮겨가면서 원작에서 영업사원이었던 남자 주인공은 같은 편집자로 그려지며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작품이 실패한데에는 소재의 낯섦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물론 낯선 소재도 성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경우 낯선 소재를 시청자에게 매우 잘 이해시킨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오늘의 웹툰'은 원작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 또한 로컬라이징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애쓰는 바람에 어느 쪽도 잡지 못한 모양새가 되었다. 차라리 확실히 한국의 웹툰 세계를 잘 그려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만화가는 웹툰에서는 출판만화에서만큼 배척 받지 않는다. 대형 플랫폼이 아니라도 성공하는 경우도 제법 있어 주간지나 계간지를 통해 인기를 얻어야 하는 출판만화와는 그 결이 많이 다르기도 하다. 소재를 빌려오되 한국의 실정에 맞게 각색이 잘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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