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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희의 관람생활

거 막장이 심한 거 아니오! - 드라마 '비밀의 여자'

by 언어의 기쁨 2023. 4. 7.

 

비밀의 여자 기본정보

 

'비밀의 여자'는 KBS2의 일일 드라마로 매일 월-금 7시 50에 방영한다. 총 103부작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2년전 같은 방송사에서 방영된 '비밀의 남자'의 후속편으로 알려져 있다. 연출진이 같고 비밀의 남자에 출연한 몇몇 배우들 또한 재등장한다. 초반 화제성에 비해서 시청률은 낮다. KBS 일일극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비밀의 남자 역시 초반에 시청률이 부진했다가 후반에 폭발적인 시청률을 보여줬으니 후반 시청률을 기대해볼만 할지도 모르겠다.  KBS2의 일일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불륜, 살인, 이혼, 복수가 주를 이루는 막장극이 될 전망이다. 2년 전 비밀의 남자에서 안유라 역을 맡으며 악역을 연기했던 이채영이 또 다시 과거를 숨긴 채 친구의 남편을 뺏는 악역으로 돌아왔다. 2년전의 한유라와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일드라마의 한계인 뻔한 이야기와 부족한 개연성,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라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일일드라마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건 좀 너무 하지 않나 싶은 드라마가 나왔다. 엄마의 평일 루트는 간단하다. 일을 다녀와서 저녁을 준비하고 7시부터 9시까지는 MBC - KBS2 - KBS1으로 이어지는 일일 드라마를 반드시 본다. 형부가 보고 싶어하는 골프채널도, 조카들이 보고 싶어하는 어린이채널도 엄마의 리모컨 수성에 택도 없는 바람이 되고 만다. 일일 드라마의 적당히 막장인 점이 말초신경을 자극해 오랜 삶을 살아온 엄마의 뇌와 마음을 콕콕 찔러 대는 건 이해하는 바라 대충 말이 되지 않는 점도, 주인공의 멍청한 점도 이해하고 넘어가면서 옆에서 한마디 거드는 정도로 감상하곤 한다. 근데 이번 KBS2에서 새롭게 시작한 '비밀의 여자'는 해도 너무 한 게 아닌가 싶다. 주인공의 멍청함이 나중의 복수를 위해 필요한 전개라는 점에는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지지만 그래도 멍청한 정도가 아니라 뇌가 아예 없는 수준이다. 주인공이 그렇다면 주변 인물 중에서라도 좀 똑똑한 인물이 있으면 싶은데 주인공보다 주변 인물이 더하다. 특히 주인공인 '겨울'의 아버지는 도가 지나치다. 최근화에서는 되지도 않는 탈옥을 하다가 붙잡혔다. 감빵 동료에게 쪽지를 전달해 사위를 협박할 수 있으면 차라리 그 동료에게 편지를 쥐어 주고 자기 가족에게 보내 달라는 게 맞지 않나? 심지어 주인공 '겨울'은 더 하다. 아이를 잃어버렸는데 저렇게 멀쩡한 정신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그렇지만 곱게 화장하고 도움이 되지도 않는 일을 계속해서 하는 걸 보면 혈압이 오르다 못해 신한테 닿을 거 같다. 물론 아이를 잃어버렸는데 멀쩡한 건 여자주인공 뿐은 아니다. 무슨 가족들이 아이가 없어졌는데 누구 하나 울고불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게 최선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멀쩡한 가족이라면 멀쩡한 정신으로 있기 힘들지 않나? 이런 의구심은 다 차치하고 서라도 정말 주인공이 멍청하니 드라마 자체의 재미도 반감된다. 주인공이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해도 충분히 개연성 있게 그릴 수 있을 텐데, 고민 없는 작가와 고민 없는 연출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악의 드라마일 것만 같다. 

 

물론 우리 엄마는 매일매일 즐겁게 보고 있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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