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희의 일상생활3 벚꽃엔딩 올해는 모든 꽃들이 이르게 피었다가 또 이르게 지고 있다. 벚꽃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개화하더니 이제 거의 낙화해버렸다. 어디는 이제 축제가 시작이라고 하는데 삶이란 언제나 타이밍의 문제란 걸 깨닫는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벚꽃 연금이라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도 들리는 순간들이 줄었고, 약속이나 한 듯이 비슷한 시기에 올라오던 SNS상의 벚꽃 사진들도 띄엄띄엄 올라왔다. 그렇다고 안 올라오는 건 아니다. 아름다운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욕망은 벚꽃이 일찍 개화하건 아니건 별로 상관이 없나 보다. 그런 김에 나도 벚꽃이 피어 있는 짧은 기간, 그 끄트머리를 붙잡고 사진 한 번 찍으러 다녀왔다. 매년 보는 벚꽃이 올해는 또 왜 그렇게 예쁜지. 오래 기다리고 짧게 만나는 아쉬움을 계산한다면 이 풍경은 얼마쯤.. 2023. 4. 7. 용서에 대한 단상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오늘 3월 30일 광주로 내려와 5.18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조사를 마치자마자 광주로 내려온 전우원씨는 광주 땅을 처음 밟아본다고 했다. 이름을 명명할 수 없는 죄책감에 오기 두려웠다는 그를 광주는 따뜻한 품으로 안았다.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던 할아버지를 대신해 깊이 몸을 숙인 그의 정수리가 외롭고 의로웠다. 역사의 한 중간에 있는 듯했다. 그저 사과일 뿐인데, 광주는 그를 안아주었다. 전두환을 용서하지 못했을지는 몰라도 그는 어쩌면 용서 받았는지도 모른다. 최근 여러일을 겪으면서 '용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어쩌다 발을 밟은 사람한테도 가볍게 튀어나오는 미안하다의 사과와 괜찮다는 용서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나의 상처가 클수록 사과도 커야하는 것인가. 사과가 크.. 2023. 3. 30. Numbering :: 주절주절 01. 5월,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다. 코로나가 유행한 이래로 한 번도 제대로 된 여행을 한 적 없으니, 무료한 나의 일상에 가끔 일어난 이벤트조차 사라진지 3년이 지났다. 적어도 일년에 한번, 많으면 계절마다 한번씩 찾았던 제주였는데 이제는 좋았던 감각만 남았고 기억은 희미해졌다. 가끔 사진을 찾아보면 아, 그랬었지 하는 정도. 마치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기분과 닮았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마침내 재회하기로 했다. 무작정 비행기 표부터 끊고, 숙소까지 예약해버리고 나니 가슴이 떨렸다. 진짜 간다, 제주도. 02. 호의가 악의로, 사람의 마음을 믿는 어리석음 모든 호의가 보답 받지 못하지만 모든 호의의 보답이 반드시 또 다른 호의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이 기본적인 이야기는 .. 2023. 3.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