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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희의 일상생활

용서에 대한 단상

by 언어의 기쁨 2023. 3. 30.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오늘 3월 30일 광주로 내려와 5.18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조사를 마치자마자 광주로 내려온 전우원씨는 광주 땅을 처음 밟아본다고 했다. 이름을 명명할 수 없는 죄책감에 오기 두려웠다는 그를 광주는 따뜻한 품으로 안았다.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던 할아버지를 대신해 깊이 몸을 숙인 그의 정수리가 외롭고 의로웠다. 역사의 한 중간에 있는 듯했다. 그저 사과일 뿐인데, 광주는 그를 안아주었다. 전두환을 용서하지 못했을지는 몰라도 그는 어쩌면 용서 받았는지도 모른다.

 

최근 여러일을 겪으면서 '용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어쩌다 발을 밟은 사람한테도 가볍게 튀어나오는 미안하다의 사과와 괜찮다는 용서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나의 상처가 클수록 사과도 커야하는 것인가. 사과가 크면 용서는 쉬운가. 다양하게 얽힌 생각들 사이로 불쑥불쑥 용서하지 못할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난다. 용서는 얼마나 쉽고 또 어려운가? 나도 그가 그저 내 발을 밟은 것이라면, 그저 경솔한 실수였다면 용서가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어떤 고통을 원하는지 아는 악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모르겠다. 심지어 그가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다면? 그가 사과를 했더라도 내가 용서할 마음이 없다면?

 

전우원씨의 사과가 전두환을 용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영원히 그러지 못할 것만 같다.

어쩐지 영화 '밀양'과 드라마 '더글로리'가 많이 떠오른다. 정말로 '용서'는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용서는 없어.

그래서 영광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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